다랭이논으로 유명한 다랭이마을은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형상을 한 남해도에서 여자의 자궁 부위에 해당하는 곳으로 5.9m의 수바위와 4.9m의 암 바위가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고 있는 마을입니다. 다랭이 뜻은 규모가 작은 밭떼기를 지칭하는 단위로 경상남도 남해군 남면 흥현리 다랭이마을의 다랭이는 작은 계단식 논을 말합니다. 논을 한 뼘이라도 더 넓히기 위해 산비탈을 깎아 석축을 곧추 세워 논을 만들었던 다랭이마을 사람들의 토지에 대한 집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직도 농사일에 소와 쟁기가 필수인 마을로 최근 각종 매스컴을 통해 특별한 관광지로 전국에 알려지면서 도농 교류와 농촌 체험 현장으로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를 촬영한 곳이 마을이기도 합니다.
남해여행을 가면 꼭 방문해보길 추천하는 다랭이마을에 위치한 시골할매 막걸리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날이 흐려서 직접 본 것보다 사진은 감동이 덜하지만 실제로 마을을 방문해보면 왜 추천하는지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굽이굽이 차를 타고 가니 생각했던 것보다 여행객들이 많았고 근처로 주차할 자리가 없어 빙빙 돌다 운 좋게 한 자리를 발견해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다랭이 마을은 주차할 공간이 적당하지 않으니 마을 위 도로 쪽 주차장 이용을 추천드리고 아마 날이 좋은 봄, 가을엔 여행객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마을 안내 표지판이 있긴 하지만 한눈에 찾긴 어려워 주변 여행객들께 물어 물어 도착한 시골할매 막걸리입니다. 오는 길에 시골 할머니 막걸리와 비슷한 가게들이 있어서 메뉴들을 살펴보니 거의 동일한 메뉴들을 판매하고 계셔서 고민했지만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다랭이마을을 찾은 이유도 있으니 끝까지 찾아 도착했습니다.
시골 할머니 막걸리 야외 테이블은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식사할 수 있는 공간과 내부 홀 테이블로 나뉘어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날씨가 조금 흐려 사진에 담긴 모습은 조금 아쉬웠지만 날 좋은날 가면 훨씬 더 예쁠것같네요.
야외 좌석이 인기가 많은 듯 하고 대부분 손님들은 야외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한 편이라 야외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는데 주문 후 손님들이 계속 들어오셔서 조금만 늦었으면 실내에서 식사할 뻔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야외테이블에서 식사를 원하시면 조금 서두르는 게 좋으실 것 같습니다.
시골 할머니 막걸리 뒤편으로는 작은 정원이 꾸며져 있습니다. 여기서 사진 찍으시는 분들도 많고 생각지 못한 의외의 공간이 바다가 보이는 풍경과도 어울리게 너무 잘 꾸며져 있어서 유명한 곳은 이유가 있다 싶었습니다.
남해 다랭이마을 맛집으로 소문난 시골할매 막걸리답게 다양한 메뉴와 시골 할머니 막걸리에서 직접 생산한 막걸리도 함께 판매되고 있습니다. 멸치쌈밥정식, 갈치조림 정식, 생선구이정식, 해물된장찌개는 2인분 이상만 주문이 가능합니다. 이곳을 찾아 먼 길 걸어와 배고픔이 심해져 이것저것 여러 개를 주문해보았습니다. 저희 테이블은 생선구이정식, 멍게비빔밥, 해물칼국수, 도토리묵무침을 주문했습니다.
기본찬은 미역국, 무김치, 생선구이, 해초 샐러드, 단호박 샐러드, 멸치볶음, 잡채, 콩나물 무침 등 식사메뉴와 같이 먹기 좋은 반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문한 도토리묵 무침의 가격은 15,000원입니다. 음식은 금방 나오는 편이었고 양도 꽤 푸짐해서 3-4인이 먹기에도 충분해 보이는 양이였습니다. 2인이 방문하면 양이 많은 편이라 이것저것 맛보기 어려워 아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생산하는 막걸리인 남해 생탁주도 한 잔 곁들이기로 했습니다. 낮술은 부모님도 몰라 본다던데 다행히 잘 알아보고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주문한 멍게비빔밥의 가격은 1인분 10,000원입니다. 멍게비빔밥에는 멍게와 해초, 야채, 김가루 토핑이 올려져 나오는데 멍게의 향이 참 좋았습니다. 비빔밥도 먹다 보니 양이 많다고 느껴져서 시골 할머니 막걸리 인심에 감탄했습니다.
칼국수의 가격은 1인분 8,000원입니다. 새우, 오징어, 애호박, 당근, 버섯들이 들어가 있고 바다를 보며 먹는 시원한 국물 맛이 개운합니다. 면은 조금 퍼졌지만 쫄깃하고 맛있습니다.
생선구이 정식의 가격은 1인분 15,000원입니다. 고등어, 가자미, 갈치 등이 구워져 나오는데 기분 탓인지 확실히 집에서 구워서 먹는 맛과는 달리 촉촉하고 맛있습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생선을 구워 먹기에는 환기와 기름 튀는 것 때문에 쉽게 구워 먹을 수 없었는데 오랜만에 맛있는 생선구이 실컷 먹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밑반찬과 도토리묵의 간이 조금 센 것처럼 느껴져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기대한 것보다는 특별한 맛의 음식은 아니라 아쉬웠습니다. 경치를 보며 먹는 기분은 정말 좋았고 남해 여행을 가신다면 한 번쯤 방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골할매막걸리의 유래
고 조막심 할머니는 1945년 위안부 징집을 피해 이곳 산골마을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할머니는 시집온 해부터 막걸리를 담그기 시작했다. 다랭이마을이 아름답다고 소문나기 전부터 마을 뒤 설흘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았다. 할머니는 해마다 담가오던 막걸리를 그들에게 건넸고 유자잎을 넣어 숙성시켜 만든 유자 막걸리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전파되었다. 할머니의 집 앞은 막걸리를 맛보러 온 등산객 들로 항상 붐볐고 등산객들은 할머니의 이름을 모르니 그냥 '시골할매' 라고 불렀다. 그렇게 되니 할머니는 담벼락에 '시골할매 막걸리' 문패를 달고 손님을 맞이 하게 되었다. 그 '시골할매'가 바로 고 조막심 할머니였고 시골할매막걸리는 남해의 막걸리 명소로 자리 잡아왔다. 2002년 다랭이마을이 관광지로 지정되면서 마을에 식당이 하나쯤 필요했고 등산을 마친 사람들이 할머니를 설득해 막걸리 집을 열었다. 2013년 8월에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셨고 그의 아들과 손자들이 3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금은 바로 옆 마을인 무지개마을에서 농업회사법인 시골할매(주)에서 대량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위생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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